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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상 습진
지난 2년간 날 지긋지긋하게 괴롭혀 온
아주 몹쓸 병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악담은
"화폐상습진이나 앓아라" 다.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면 성인이 된 후
손끝, 손 등에 한 번씩 오돌토돌한 수포들이
올라왔다가 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가려워 긁고,
손톱 바로 위 연약한 피부에 시작되면
쉽게 짓무르고,
물에 쉽게 닿을 수 없으니 오래가고,
약국약을 바르거나 병원에 한 번씩 가면
또 들어가고, 그러다 또 나오고..
그게 20대 내내 한 번씩 반복되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방치하다가
병이 깊어진 것 같다.
만성이 된 것이다.
2년 전 여름에 아주 크게 장염을 앓았다.
난생 처음 겪는 고통과 열병이 동반된 장염이었는데,
그 이후 잘잘한 습진들이 몸 구석구석 퍼졌다.
장염이 습진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기 보다
그만큼 장, 그리고 몸의 전체적인 면역력이
떨어진 타이밍에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초여름이 시작되는 시기부터 한겨울이 오기 전까지
손 끝, 발 끝뿐만 아니라
종아리, 허벅지, 등
가장 심했을 때는 얼굴, 두피까지도
한포진, 결절성 양진, 피부곰팡이, 대상포진
이 모든 것들이 혼합된 피부염 파티가 열렸다.
지금은 어느 정도 나아졌고,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덤덤하게 블로그에 포스팅까지 하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잠을 자지 못하고,
제대로 씻지를 못하고,
외출할 때에는 흐르는 진물 때문에 팔 다리를
붕대로 감고, 더운 여름에도 긴 팔과 긴 바지
가려움을 참아내고, 아무렇지 않은 척
일상생활과 일을 해냐야하는 순간순간이
위기였고.. 정신력 싸움이고.. 우울함을 떨쳐내고..
괜찮다. 괜찮다 스스로를 다독여야하는
여정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퍼지는 병이 아니라
이렇게 눈에 보이는 병이어서 다행이다.
앞으로 얼마나 건강하게 살게하려고
젊을 때 내 몸에 대해 크게 각성하게 하고
나쁜 습관을 없애고, 좋은 습관을 기르게 하나
긍정적인 사고회로를 마구 돌리면서 말이다.
사진은 그나마 초기에 막 퍼지기 시작할 때
나아갈 때 사진 뿐이다.
가장 심했을 때는 사진을 찍어 남길
겨를도 여유도 없었다.
몸에 열을 조절하는 기능이 현저히 떨어졌고,
모기에 물리거나 무언가에 긁히는 작은 상처마저도
바로 수포가 생기고 습진으로 커졌다.
화폐상 습진. 동전모양습진이라는 뜻처럼
뽀글 뽀글 올라온 수포들은
가려움이 심해 긁으면 조금씩 커지고,
서로 뭉쳐서 동그란 모양으로 자리잡고,
한 번 커지면 불길처럼 번진다.
처음 1년은 먹고 바르는 스테로이드를 절대
쓰지 않을 것이다. 라는 아주 바보같은 생각으로
약국에서 파는 연고나 약만 쓰고,
생활습관을 개선해나가려고 노력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겨울이 다가오면 잠잠해졌기 때문에
잘 버티다가
2년차에는 온 몸으로 퍼지고 그 정도가
너무 심해져서 병원에 다니게 되었고,
스테로이드와 연고, 주사
항히스타민, 항생제를 복용했다.
약을 먹으면서 호전되었고
초기에만 항생제와 스테로이드를 쓰고
이후에는 쭉 항히스타민만 처방받아
반년 넘게 먹고 있다.
완치는 아니지만
이제 흉터 관리에 신경을 쓸 수 있을 만큼
호전되었고,
미칠듯한 가려움과 진물파티에서
해방되었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재발되기 때문에
흉과 착색이 깊어서 몸이 얼룩덜룩
기린같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병원 치료와 더불어서
지연성 알러지 검사나 건강검진
식습관 기록, 영양제 복용처럼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몸 관리도 해나갔다.
그 과정에서
건강하기 위해 내가 잘 챙겨먹던 계란이
알러지 검사 결과를 통해 독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거나
비타민을 아주 잘 챙겨먹었지만
수용성 비타민 복용에만 치우쳐서
피부 면역력과 컨디션은 잘 돌보지 못한 점을
알게되었다.
습진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나의 발버둥은
현재진행형이다.
혹시나 내가 그랬든
검색을 통해 이 병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완치 방법을 알아보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는 이 글로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기를 바란다.
그리고
각종 상품, 카페, 광고, 민간요법에
혹하고 휘둘리지 않기를 바래본다.
모두에게 통용되는 완치법은 없으니까.
그래도 꼭 말해주고 싶은 것은
절대 만성이 되지 않도록 초기에 빠르고 강하게
병원 처방을 받고,
꼭 정신건강과 마음이 상하지 않는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기타 다른 부가적이고 2차적인 방법들을
찾아보고, 나에게 맞는 방법을
습관화해나가길 .. !
모두들 화이팅 !
우리 아프지 말고 건강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