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2026년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선거철이 되면 우리는 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 시·도지사)의 공약과 인물을 놓고 뜨겁게 토론한다. 그런데 정작 지역 행정의 견제와 예산 심의, 조례 제정이라는 “일상 권력”을 쥐고 있는 곳—지방의회—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심해진다. 그 무심함을 더 공고히 만드는 장치가 있다. 바로 기초의원 선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인 선거구’**다.

2인 선거구란 무엇인가: “둘을 뽑는데, 우리는 한 표만 행사한다”

지역구 기초의원 선거는 선거구별로 2명~4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고, 유권자는 한 명에게만 투표한다. 이 제도 때문에 투표용지에서 같은 정당 후보가 ‘1-가, 1-나’처럼 구분되어 등장한다. 

핵심은 간단하다. 2인 선거구는 한 선거구에서 “딱 2명”이 당선된다. 그리고 그 2자리를 두고 경쟁하는데, 유권자의 선택지는 구조적으로 “두 개의 큰 흐름”으로 빨려 들어가기 쉽다. 제도 자체가 ‘다양한 대표’보다는 ‘안정된 양분’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2인 선거구에서 반복되는 문제 1: “경쟁처럼 보이는 독점”

선거는 경쟁이다. 그런데 경쟁이 “형식”만 남고 “내용”이 사라질 때가 있다. 2인 선거구에서 가장 흔한 결과는, 거대 정당 두 곳이 각 1석씩 나눠 갖는 구도다. 언뜻 공정해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구조적 결함이 숨어 있다.

첫째, 의석이 적을수록(선거구 크기가 작을수록) 대표성이 왜곡될 가능성이 커진다. 선거구 크기(district magnitude)는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고, 중·대선거구에서는 소선거구에서 낙선한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다고 설명된다. 국제 선거제도 안내서들도 같은 맥락을 반복한다. 선거구에서 선출하는 인원이 많아질수록 결과가 더 비례적이 되고, 작은 정당이 의석을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2인 선거구는 그 반대편에 서 있다. “다양성”을 제도적으로 억제한다.

둘째, 그 억제의 결과로 지방의회가 주민의 세부 이해관계를 분해해 담아내는 그릇이 아니라, 거대 정당의 지역 하부 조직처럼 기능하는 경향이 강화된다. 풀뿌리 정치의 출발점에서부터 “선택지의 폭”이 좁아지는 셈이다.

문제 2: “정책 경쟁”이 아니라 “동원 경쟁”으로 기운다

2인 선거구는 후보 개인의 네트워크 경쟁을 강화시키기 쉽다. 왜냐하면 유권자가 한 표만 행사하는 상황에서, 후보는 “정책의 설득”보다 “표의 결집”에 유리한 전략을 택하기 때문이다. 지역 현안이 ‘조례’와 ‘예산’이라는 제도 언어로 토론되기보다, 동네별·조직별 동원으로 환원되기 쉽다.
그 과정에서 지방의회 본연의 기능—행정 감시, 예산 통제, 주민의견 수렴—은 선거의 주요 의제로 부상하기 어렵다. 결국 유권자는 선거가 끝난 뒤에도 묻게 된다. “의회는 나를 대표하나, 정당을 대표하나?”

문제 3: 2인 선거구는 ‘쪼개기’의 유혹을 낳는다

선거제도는 종종 “자기보존”의 정치와 만나 제도의 취지를 훼손한다. 실제로 2022년에는 제도 개선 논의 속에서, 4인 이상 선출 선거구를 분할할 수 있다는 규정을 삭제하고, 기초의원 선거구당 선출인원을 제8회 지방선거에 한정해 3~5인으로 확대하는 시범조치가 도입되었다. 

당시 중앙선관위 역시 전국 11개 국회의원지역구 내에서 기초의원 선거구 정수를 3~5명으로 확대해 시범 실시했고, 시범실시 지역(서울 4, 경기 3, 인천 1, 대구 1, 광주 1, 충남 1)도 안내했다. 
이 대목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제도 운영자들조차 ‘2인 중심 구조’가 다양성과 대표성 측면에서 한계를 가진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해 왔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의석 수를 늘리는 것”은 왜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하는가

대안의 핵심은 화려하지 않다. 2인 선거구를 줄이고, 최소 3인 이상 선거구를 확대하는 것이다. 3인 이상으로 가면 단번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그러나 제도는 최소한 “경쟁의 문턱”을 낮춘다. 그 결과로 기대할 수 있는 변화는 세 가지다.

  1. 대표성의 다원화: 지역의 이해관계는 원래 다층적이다. 자영업, 노동, 돌봄, 장애, 청년, 노년, 주거, 안전… 2인 구도는 이 다층성을 ‘둘 중 하나’로 압축한다. 3인 이상은 그 압축을 완화한다. 
  2. 감시와 견제의 실질화: 단체장과 같은 정당 소속 의원이 다수인 의회는 ‘감시’가 약화되기 쉽다. 의회 구성이 다양해질수록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검증이 촘촘해지고, 예산·사업의 타당성이 공개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커진다.
  3. 정치의 생활화: 풀뿌리 민주주의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주민이 “내 삶의 언어”로 정치를 말할 수 있는 통로다. 선거구 확대는 그 통로를 넓혀, 지역정치를 ‘거대 정치의 하청’에서 ‘생활 정치의 공론장’으로 되돌릴 여지를 만든다.

물론 반론도 있다. “선거구가 커지면 책임정치가 약해지지 않나?”, “누가 내 동네 의원인지 더 헷갈리지 않나?” 이런 우려는 충분히 타당하다. 그래서 선거구 확대는 단독 처방이 아니라 패키지로 가야 한다. 예컨대 선거구 획정 과정의 투명성 강화, 주민 공청회 의무화, 이해충돌 방지 장치, 의정활동 정보공개 강화 등이 함께 가야 한다. “대표성”과 “책임성”을 동시에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일은 가능하다.

마지막 질문: 지방의회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지방의회는 주민의 돈(예산)과 규칙(조례)을 다룬다. 그 권한은 결코 작지 않다. 그런데 그 의회를 구성하는 문턱이 낮지 않고, 선택지가 구조적으로 좁다면—그 의회는 결국 누구를 향해 열려 있는가.

다가오는 6월 3일 선거는 단체장을 뽑는 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역의 대표성은 얼마나 다양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날이기도 하다. 
당신의 동네는 2인 선거구인가. 그 구조에서 의회는 정말 주민을 닮을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왜, 지방의회를 ‘둘 중 하나’로만 채우는 방식에 익숙해졌는가. 이 질문을 끝까지 붙들고 투표장에 들어가는 것—그게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