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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은 ‘지도’가 아니라 ‘생활’을 바꾸는가
—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주·전남 행정통합을 다시 묻는다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광주·전남에서 가장 큰 의제가 “행정통합”으로 급부상했다. 선거는 단체장을 뽑는 절차이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지역이 앞으로 어떤 ‘규모’와 어떤 ‘권한’으로 경쟁하고 협력할지를 결정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중앙정부도 초광역 단위 균형성장 구상(‘5극 3특’)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는 2026년 1월 2일 행정통합 추진을 공동으로 선언했고, 이후 양측 모두 전담 조직(추진기획단)을 출범시키며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흐름은 분명히 “큰 결단”이다. 동시에, 주민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다.
통합은 정말 지역 주민이 ‘체감’할 변화인가? 아니면 선거용 구호이거나, 중앙정부 인센티브를 따내기 위한 행정 실험인가?
먼저, 행정통합이란 무엇인가
행정통합은 단순한 협약이나 교류가 아니라 광역자치단체의 틀 자체를 하나로 묶어(또는 재설계해) 단일한 정책·예산·조직으로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논의는 “통합 지방정부”와 이를 뒷받침할 특별법이 핵심 축으로 거론된다.
여기서 관건은 ‘명칭’이 아니다. 주민이 체감하는 세계는 늘 출퇴근(교통), 병원(의료), 학교(교육), 일자리(산업), 돌봄(복지), 집(주거) 같은 생활권의 질서로 굴러간다. 통합은 이 생활권을 행정이 얼마나 정확히 따라잡을 수 있느냐의 문제다.
긍정적 효과 2가지: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
1) “하나의 생활권”을 행정이 따라오게 만들 수 있다
광주와 전남은 이미 생활권에서 강하게 얽혀 있다. 그런데 행정 경계가 갈라져 있으면, 광역교통망·대중교통 요금체계·광역응급의료·광역돌봄 같은 분야에서 ‘협력 비용’이 계속 발생한다. 통합이 이 비용을 줄여 의사결정 속도와 일관성을 높인다면, 주민은 비교적 빠르게 체감할 수 있다.
특히 정부가 ‘60분 생활권’ 등 초광역 생활권 연계를 정책 축으로 제시하는 상황에서, 통합은 “협력”이 아니라 “한 체계”로 움직일 수 있는 카드가 된다.
체감 포인트(예시)
- 광역 대중교통 환승·요금·정기권의 통합(“경계 통과 비용” 제거)
- 광역 응급의료·중증환자 이송 체계의 단일화(골든타임 단축)
- 돌봄·복지 서비스의 기준과 전달체계 정합화(비슷한 처지인데 지역이 달라서 받는 혜택이 달라지는 문제 완화)
2) “협상력”이 커지면, 돈과 권한의 이동이 현실이 될 수 있다
통합이 왜 선거 국면에서 강조되는지의 이유는 냉정하다. 지금이 ‘특별법’과 ‘특례’의 창구가 열려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통합 추진 측은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지위·조직 특례, 추가 재정 인센티브, 공공기관 이전 우선 등 중앙 차원의 지원 패키지가 논의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광주·전남 통합은 정부의 초광역 균형성장 구상에서 ‘광주·전남권’ 축과도 맞물린다.
이때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로는 분명하다. 예산과 권한이 실제로 내려오면,
- 광역 인프라(철도·도로·산단) 투자 속도가 달라지고,
- 산업 유치·인재 양성·창업 지원이 ‘한 권역’으로 설계되며,
- 청년 일자리의 모수가 커질 가능성이 생긴다.
부정적 효과 2가지: 주민이 체감하게 될 ‘통합의 그늘’
1) 통합의 비용은 “먼저 혼란, 나중 효율”로 나타날 수 있다
행정통합은 대개 전산·조직·인사·조례·재정 체계의 대수술이다. 이 과정이 촘촘하게 설계되지 않으면, 주민이 체감하는 것은 효율이 아니라 민원 처리 지연, 서비스 공백, 제도 혼선이 될 수 있다.
특히 ‘특별법이 통과되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앞서고, 정작 **이행 계획(transition plan)**이 허술하면 통합은 “목표만 큰 행정 이벤트”로 끝날 위험이 있다. 통합 추진기획단이 출범했다는 사실은 ‘시작’일 뿐, 주민 체감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2) “중심-주변”의 불신이 커지면, 통합은 상처를 남긴다
통합 논의에서 가장 예민한 지점은 누가 중심이 되고, 누가 주변이 되는가다. 광주는 “도시의 동력”을, 전남은 “광역의 토대”를 제공한다. 그런데 권한·예산·기관 배치가 불균형하다고 인식되는 순간, 통합은 균형발전이 아니라 내부 식민지화로 해석될 수 있다.
주민이 실제로 겪는 불안은 대개 이런 질문으로 나타난다.
- “통합하면 우리 지역의 예산은 줄지 않나?”
- “중요한 기관·병원·기업은 더 광주 쪽으로 몰리지 않나?”
- “군 단위의 생활 문제(교통·의료·돌봄)는 더 후순위가 되지 않나?”
이 불신을 관리하지 못하면 통합은 ‘행정의 통합’이 아니라 ‘감정의 분열’을 만든다.
그렇다면 ‘주민 체감형’ 통합을 위해 무엇을 미리 준비해야 하나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려면, 최소한 다음의 사전 조건이 공개적으로 준비돼야 한다. 핵심은 “통합하자”가 아니라 **“통합하면 무엇이 언제 어떻게 달라지는가”**다.
1) 특별법은 ‘구호’가 아니라 ‘체감 항목’으로 써야 한다
특별법의 핵심은 재정·권한 특례라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다.
그렇다면 특별법 문안에는 최소한 다음이 명시돼야 한다.
- 돈: 통합 비용(전산·조직 개편 등) 지원, 안정적 재원(특별계정/교부세 특례 등)의 구체성
- 권한: 산업·교통·도시계획·인허가 등에서 어떤 권한이 실제로 내려오는지의 목록화
- 평가: “몇 년 안에 무엇을 달성하면 인센티브가 유지·확대되는지”의 성과 기준
2) 통합 후 ‘권역 내 균형’ 장치를 제도화해야 한다
주민 체감은 결국 내부 배분의 공정성에 달려 있다. 통합 뒤에야 논의하겠다는 태도는 가장 위험하다.
- 권역별(동부/서부/남부/도서 등) 투자 최소 보장선
- 주요 공공기관·대형 인프라의 분산 배치 원칙
- 통합 광역정부 내 분권형 거버넌스(권역 책임부단체장, 권역별 위원회 등)
3) ‘주민 동의’는 홍보가 아니라 숙의로 만들어야 한다
행정구역 개편은 주민의 생활규칙을 바꾸는 일이다. 단순 설명회를 넘어 공론화·숙의가 필수다. 필요하다면 주민투표 같은 직접적 동의 절차도 법 체계 안에서 검토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절차 자체가 아니라, 절차가 신뢰를 생산하느냐이다.
4) “통합하면 바로 바뀌는 10가지”를 선거 전에 제시해야 한다
지방선거는 주민에게 성과를 약속하는 자리다. 통합이 선거 의제라면, 후보들은 추상적 비전 대신 체감 체크리스트를 내놓아야 한다. 예를 들어,
- 통합 교통정기권 도입 시점
- 광역 응급의료 컨트롤타워 설치
- 광역 돌봄 기준 통합(자격·급여·전달체계)
- 산업·고용 원스톱 창구
- 통합 민원 시스템(전산 통합) 로드맵
이렇게 “언제”가 붙는 순간, 통합은 구호가 아니라 계약이 된다.
결론: 통합이 필요한 이유는 ‘더 크게’가 아니라 ‘더 가깝게’다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은, 수도권 집중을 탓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실제로 수도권 인구 비중이 과반을 넘는 구조 속에서 지역이 스스로의 규모와 권한을 재설계하려는 시도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 의미는 하나의 기준으로만 평가돼야 한다.
행정통합이 주민의 삶을 더 가깝게, 더 빠르게, 더 공정하게 만들 수 있는가.
다가오는 6월 3일, 유권자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광주·전남 통합이든, 그 밖의 어떤 개편이든, 결국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주민을 위한 기관이라면, 통합 논의의 출발점도 종착점도 “주민 체감”이어야 한다.